CD의 종언

이 DAC는 CD를 음원으로 고려하고 있지 않으며, 아울러 주된 대상으로 삼고 있지도 않다. 컴퓨터 형태의 제품을 통해 종종 16비트/44kHz에 불과한 CD보다 더 높은 해상도의 디지털 오디오가 나오고 있고, 아울러 이런 음원이 증가함에 따라 Rega는 컴퓨터와 서버 등을 포함하는 비오디오 애호가들의 세계에서 이제 CD는 있어도 ‘의미가 없는’ 것에 가까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제품은 일반적인 전기 입력 및 S/PDIF 광입력과 함께 USB 입력을 갖추었으며, 192kHz에 이르는 높은 샘플률의 음원 파일과 완전히 호환이 된다. 적어도 S/PDIF 입력을 이용하면 USB 입력과 마찬가지로 48kHz의 샘플률에 이르는 파일을 처리할 수가 있다.

다섯 개의 필터가 주는 즐거움

전면 패널의 버튼을 이용하여 다섯 개의 입력과 함께 다섯 개의 필터를 선택할 수 있다. 사용자 선택이 가능한 필터는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기능이며, 대다수의 DAC 칩이 이미 이를 기본으로 제공하고 있다는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Rega에서 선택한 Wolfson 부품이 바로 그런 제품이며, Rega에선 이 부품에서 제공하는 모든 기능을 이용할 수 있게끔 해주기로 결정했다. 이는 실제로는 샘플 주파수에 따라 약간 다르기는 하지만 Option One처럼 대부분의 CD 플레이어에서 채택하고 있는 전형적인 클래식 선형 위상 필터와 함께 최저 위상의 필터도 포함하고 있다.
Filter Four와 Filter Five는 비에일리싱 타입이며, 이는 다른 필터의 경사에서 어느 정도 에일리어싱의 찌그러심이 발생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우리는 결국 대부분의 듣기 테스트에서 Filter Four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1983년경 최초의 Philips CD 플레이어가 나온 이래로 DAC의 디지털 필터가 내부적으로 업샘플링을 구현하여 실행하고 있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를 이용하는 경우 이외에는 ‘업샘플링’을 하지 않았다.
이는 잘 만들어져 있으며 효율적으로 조립된 제품이다. 후방 패널이 산뜻하게 배치되어 있으며, 제품 내부에 ‘유명 상표’의 부품은 거의 없다. 입력 단자에 연결하자마자 아무 어려움없이 거의 곧바로 사용할 수 있다.

생생함과 섬세함

Rega는 일반적인 하이-파이의 특징으로 보면 어느 정도 ‘하우스 사운드’와 강하게 결합되어 있는 브랜드 중 하나이다. 이 하우스 사운드의 대표적인 경우가 Planar 턴테이블의 사운드이며, 이런 제품은 높은 섬세함이 필요하지 않는한 항상 생생하고 리듬감넘치는 사운드를 특징으로 한다.
이 업체의 오디오 전자제품에 대한 우리들의 경험을 기반으로 우리는 이와 같은 가정을 세우고 주의를 기울였으나 이번 DAC는 분명히 그와 같은 경향을 지원하기 위한 기능은 아무 것도 갖추고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듬이 느슨하지도 않았고 사운드가 활기를 잃고 있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 반대여서 사운드의 생생함과 섬세함이 모두 놀랄 정도였다. 다시 말하여 ‘Rega다운’ 특징을 줄이고 세부 표현력과 섬세함을 높여 비율을 잘 맞추고 있었으며, 중음의 상부와 고음이 비단처럼 매끄러웠고, 전반적으로 보았을 때 대체로 우리가 좋아할만한 믿을만한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아울러 하이-파이 특유의 겉치레 경향도 없었다. 즉 과도한 분석적 세부 묘사나 받아들이기 어려운 충격적 저음이 없었다. 대신 사람들이 원하는 시점에서 필요한만큼의 세부 표현력을 보여주었고, 사람들이 원치 않을 때는 우격다짐으로 밀어넣는 법이 없었다. 아울러 저음의 확장성이 항상 극적이지는 않은 듯 했지만 필요할 때면 본격적인 강력한 효과를 선물했다. 고음의 확장성도 마찬가지여서 무리한 측면없이 자연스러웠다.

아쉬운 이미지 표현력

이번 DAC의 성능에서 약점이 있다면 사소한 점이긴 하지만 이미지 표현력이 걱정되었다는 것이다. CD를 음원으로 사용했을 때는 물론이고 고해상도 음원(우리들이 만든 것 중 일부를 이용)을 사용했을 때 사운드가 그려내는 이미지 표현력이 우리가 익숙해져 있던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때문에 그런 점에 더욱 신경을 쓰게 만드는 측면이 있었으며, 그것은 매우 불안한 구석이 될 수도 있다. 이는 언급을 해둘 필요가 있는 점이다. 하지만 우리는 곧 그런 점에 익숙해져 그 점을 무시할 수 있었다.
그 점을 제외하면 비판받을만한 것을 찾아내기가 어려웠다. 주관적이긴 하지만 기술적 성능은 분명했고, 아울러 매우 적절한 가격대를 갖추고 있어 지금 당장 구입해도 좋을 바로 그런 제품으로 보였다.

2012. 4 Hi-Fi Choice Win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