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아날로그는 최근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이탈리아 앰프 군단의 맏형 격이라고 할 수 있다. 타사 제품들과 구분되는 영역과 함께 이미 상당한 커리어를 쌓아 가고 있는 중견 업체다. '스테레오파일'에 랭크시킨 하이엔드급 마에스트로 시리즈를 필두로, 설립 이래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쳐 보이고 있다.

이 회사의 제품들은 동일한 디자인 컨셉을 이루는데, 약 5년 이상을 거치면서 패널의 글씨체 이외에는 제품의 외관을 거의 변동시키지 않고 있다. 군더더기 없이 심플한 무광의 패널 디자인이 매력적인 도니제티는 정말 남몰래 흐르는 눈물' 을 잘 들려줄 것인지 궁금하다.

시청 결과, 도니제티는 음색에 있어서 독특한 개성이 잘 살아나는 제품이었다. 유려한 음색과 매끈매끈한 질감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필자가 시청해본 상급기 마에스트로의 사운드 컨셉이 그대로 내려와 있다는 생각이다. 바로 전에 시청한 레가와 같은 영국계 제품과 비교해보면 고역이 다소 중립적이거나 어두운 성향을 보이는 한편, 살집 있고 윤기 있는 음을 들려준다.

따라서 현악기와 성악 등의 장르에서 장기가 살아났다. 반면에 공기감 등의 스테이징적인 특성은 다소 평범한 편이었다. 도니제티는 8오옴에서 60W의 출력을 낸다. 일반적인 공간에서는 별로 문제가 될 수치가 아니지만, 고출력 수치에 대해 선입관을 갖는 사용자들에게는 그리 호락호락해 보이지 않는다.

에이지 오우가 지휘하는 말러의 <대지의 노래)(Reference Recording)는 저역에서 장기를 발휘한다. 특히 6악장의 베이스 음은 밀도감과 탄력이 적절히 어우러져 있다. 낮게 깔리는 쿠르릉 거리는 저역의 느낌은 이 곡의 뉘앙스를 잘 실어다 준다. 무대의 좌우 폭은 평범하지만, 깊이감은 좌우에 비해 좋은 편이다. 성악, 특히 여성 보컬의 기름진 음색이 좋다.

공기감 등의 표현은 해상도를 앞세운 기종들에 비해 다소 인상적인 데가 적지만, 적당한 두께를 갖고 울려오는 질감과 정감 있는 표현은 이 곡의 매력을 잘 살려 주었다.

앞서 들은 레가 앰프에서 아쉬웠던 넉넉함은 상당 부분 보완되어 있다. 펄만과 아쉬케나지의 베토벤 (크로이처)(Decca)는 운치 있고 정감 어린연주다. 다른 곡들을 시청하면서 막연하게 이 제품은 현이 더 좋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피아노의 우세승이다. 바이올린은 메마른 느낌 없이 음의 감촉이 좋은데, 특히 중역대의 재생은 일품이다. 피아노는 명료하면서도 배음에서 일종의 두터움이 느껴지면서, 핵이 단단한 음을 만들어 낸다. 음 하나하나를 도드라지게 하면서도 건반의 이동이 불확실하다거나 하는 느낌이 없이 실제에 가까운 유쾌한 음이다. 약음과 강한 임팩트 모두 윤곽이 뚜렷하지만 속도감은 다소 인상적이지 못하다.

그룹 유투의 (With or Without You)(Island)에서는 도입부의 적당히 탄력 있는 베이스, 윤기 넘치는 보컬, 하이햇의 열기 등이 매력적이다. 록 합주 파트를 성긴 느낌 없이 촘촘하고 치밀하게 들려준다. 종합적인 완성도에 있어서는 이 기종보다 앞서는 제품들이 있지만, 필자가 알고 있는 이 곡의 뉘앙스에 가장 근접한 사운드를 보여 준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한다. 팝보컬곡을 하나더 들어 본다. 휘트니 휴스턴과 머라이어 캐리의 듀엣 <이집트의 왕자>에서도 이런 윤기 넘치는 보컬의 특성이 잘 살아나서 고흑적이고 관능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음의 떨림이 지나치게 분석적이지도 않고 앰비언스적인 면이 잘 부각된다. 탄력 있고 생기 있는 음이 만들어진다.

SACD로 들어 본 타이니 아일랜드의 (Opus3)에서는 저역의 밀도감 있는 재생, 특히 퍼커션의 느낌은 출력 수치를 의식할 수 없는 훌륭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SACD특유의 스테이징과 공간 재현력 등은 다소 평범한 편이다. 음의 앰비언스적인 측면보다는 물리적인 특성을 강조한 이 곡에서는 이 앰프 외 장점이 많이 부각되지 못 하는 듯하다. 좀더 입체적인 음상과 투명감 등이 보완된다면 상당히 만족스러울 것 같았다.

스파게티 가게의 회뿌연 나무 선공 위에 얹어 놓으면 있는 듯 없는 듯 잘 어울릴 듯한 이탤릭한 디자인의 도니제티는 멋스러운 데가 있는 제품이다. 출력에 비해 저역의 양감과 어택감이 좋은 이 제품은 저역의 퀄리티가 가장 눈에 띄는 장기가 될 것이다. 팝과 를래식을 구분하지 않는 장르 재생력 또한 장점이 될 것이다. 좀더 명료하고 스피디한 저역이 간혹 아쉬울 때가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이 앰프의 운치 있는 매력적인 재생음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출력 수치로 인해 무난하게 권할 만한 매칭 스퍼커가 그리 만만치가 않은데, 최근의 트라이앵글 같이 고역 특성이 좋은 제품이라면 상당히 좋은 결과가 예상된다.

- 오디오파일 2002년 11월호 글 발췌 -

[제품사양]

*출 력 : 2 x 60W @ 8ohm / 1kHz
*왜율(THD) : < 0.1% @ 60W / 8W / 1kHz
*주파수 응답특성 : 20Hz - 20KHz ± 0.1dB; 4Hz - 230 kHz @ - 3dB
*S/N 비 : 100dB (lineare / linear ) >110dB (pesato / weighted )
*전 원 : 115VAC / 230VAC 50/60Hz
*크 기(WxHxD) : 445 x 85 x 343 mm
*무 게 : 10.9 kg
*원산지 :이탈리아